군대 보급으로 꼬꼬면 1인당 10개씩 주면 생기는 일...ssul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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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3 14:31
남자에게 군대란 마르지 않는 트라우마의 샘과 같아서,
전역 이후, 일정 단어나 사건의 발생으로 인해 국방색의 기억이 자극을 받아 표면위로 떠오른다.
군대 보급으로 꼬꼬면 1인당 10개씩 주면 생기는 일...ssul
그리고 방금 내 국방색 트라우마를 자극한 건 꼬꼬면이라는 단어였다.
참 놀랍고도 신기한 일이다.
인간의 뇌라는 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기에 개 족같던 기억들은 바로 방금 전 일처럼 남아서 기억나는지
지금 이걸 읽고 있는 사람이 꼬꼬면이라는 말을 들으면 하얀색 닭가슴살 향 국물이 연상될 지, 아니면 특이한 조리법을 생각해 낼 지는 모르겠다만,
나에게 꼬꼬면이라는 세글자와 바로 연관되어 떠오르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대대 사열대 앞에서 연설을 시작하던 우리 주임원사의 푸근한 미소다.
“아아, 자. 우리 장병 여러분아. 보급품 일부를 우리가 좀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바꿔야겠어.”
라는 말과 함께 주임원사는, 꼬꼬면 지옥의 시작을 엄숙하게 알렸다.
아마 그도 그 시점에서는 병사들의 환호를 받으며 즐거웠을 것이다.
보급품 일부가 꼬꼬면으로 바뀔 것이고, 꼬꼬면을 엄청나게 보급받게 될 것이라는 말에,
우리 대대 모든 병사들은 다가오는 끔찍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기뻐했으며,
주임원사의 훌륭한 판단력을 칭찬했다.
트럭으로 올라오는 꼬꼬면 박스의 끝없는 행렬은 보급계원의 가슴을 부풀게 했으리라.
아마 보급계원은 ‘애미 시벌 진짜 보급창고가 무슨 도라에몽 주머니인줄 아나’ 라는 말을 했었던 것 같지만 기억이란 미화되기 마련이니까.
병사들은 꼬꼬면이 언제 보급 나올지 손꼽아 기다리며 부푼 기대를 애써 감추고 훈련에 임했으리라.
분대장의 ‘애미 시벌 그냥 자/살할까? 아니 시발 진짜, 개말년 5월에 유격이 말이 되냐?’ 라는 말이 들렸었던 것 같지만 기억이란 미화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나는 대체 어떤 시점에서 일이 꼬인지는 모른다.
지금 시점에서도 보급체계에서 일련의 등신같은 콜라보레이션이 있었을 것이다. 수준의 막연한 예상뿐이다.
6개월 동안 우리는 우리가 6개월 전 보급창고로 옮긴 산더미와 같이 쌓인 꼬꼬면들을 단 한번도 보급받지 못했고,
유통기한 2주 남은 꼬꼬면들이 개인당 10개씩 돌아가게 되는 결과만이 남았다.
지금에서는 옆 중대가 GOP올라가면서 우리 중대에 짬처리한 꼬꼬면이 상당량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6개월 전 사열대에서 보았던 주임원사의 훌륭한 판단력은 그 순간, 이승만의 ‘서울은 안전합니다!’와 겹쳐지게 되었다.
보급관과 중대장은 말했다. 보급받은 꼬꼬면을 버리다 걸리면 어떻게 될 지 잘 생각하라고.
잘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 중대장은 ‘사병의 공은 자신의 몫’, ‘자신의 실수는 사병의 몫’인 전형적인 훌륭한 군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훌륭한 시발새기에게 걸렸다간 아주 주옥되리란 것은 자명했고,
안이 빵빵한 꼬꼬면이 중대 어딘가에 버려져 있는 게 걸렸다간 그날은 중대 전 인원 집합이 당연하기에
우리는 다 쳐먹는 것 외에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가 없었다.
여기서 하나의 환장할 사실이 있는데, 다른데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중대에서 끓인라면을 먹을수가 없었다.
뽀글이로 해 먹거나, 락앤락에 라면과 뜨거운 물을 넣고 그대로 행정반에 딱 하나뿐인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방식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나마 그 전자레인지도 오늘내일 하는 환자였다.
어떤 미친 말년이 일주일 전 뭔가를 안에서 폭발시킨 결과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환장할 사실이 있는데, 우리부대 정수기는 뜨거운 물이 나오긴 하는데…
라면 4개분 뜨거운 물을 쏟고 나면 1시간동안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갈수기(물이 부족한 시기)라 그런것도 있지만,
정수기 수리좀 하라고 시발 국방부 개새기들아 나 전역할때까지 안 바꿔줬어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꼬꼬면과 엮였다.
우리는 물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전자레인지가 언제 고장날 지 모르는 러시안 룰렛을 하는 상황에서,
유통기한 2주 남은 꼬꼬면을 개인당 10개씩 먹어치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보급 첫날 저녁에는 꼬꼬면의 그윽한 닭국물 향기가 전 중대를 가득 채웠다.
한동안 쓰지 않았던 정수기가 마지막 기운을 짜내어 첫 날을 버텨줬다.
중대 인원들 모두는 라면으로 풀린 속과 중대에 은은히 퍼지는 닭국물의 향기에 막연히 괜찮을거라는 생각을 하고있었을 것이다.
‘맛있는거 같은데 말임다. 충분히 다 먹을수 있지 않겠슴까?’ 라고 말하던 맞후임의 기억은 진짜다.
미화되지 않았다. 그 새끼는 토토중독자라 한치 앞을 못 봤거든.
둘쨋날, 정수기가 죽었다.
우리는 취사장으로 달려갔으나 다른 중대 인원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취사병들이 솥에 물을 끓여서 라인을 빨리 빼게 만들어 주었다.
고맙다고 생각했다.
락앤락 통을 돌릴 때 전자레인지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닭국물의 진하고 담백한 향기가 다시 중대 내에 퍼졌다.
셋쨋날, 전 소대 락앤락 통이 총 동원되어, 모든 소대가 라면파티를 했다.
취사병이 ‘그만 좀 오세요, 시발!’이라고 말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전자레인지가 ‘그만 좀 돌려!! 시발!!!’이라고 단말마를 내지른 것 같기도 하다.
닭국물의 진한 냄새가 중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넷쨋날, 닭국물 애미 시발 개좉같은 닭국물냄새
미친 시발새기들아 대체 이게 무슨 역한 냄새냐
넷쨋날부터 모두가 닭국물냄새에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만
아니 알 수가 있지 시발 주임원사 개새기 그 시발놈이 처음에 꼬꼬면을 가져오지만 않았어도 개 시발 놈아
모두가 광기와 분노에 가득 찼다.
다섯째 날,
‘이거 맛있다고 말한 새끼 나와’
나의 맞후임이 끌려나왔다.
소대 실세가 냉정한 눈빛으로 자신의 꼬꼬면을 부수고 스프가루를 뿌려 충분히 섞은 뒤 그에게 먹도록 시켰다.
그는 서글프게 뿌셔뿌셔처럼 변해버린 꼬꼬면을 삼켰다.
여섯째 날,
꼬꼬면을 땅에 묻던 옆 소대 이등병이 걸렸다.
광기에 사로잡힌 상,병장들은 분노가 가득한 눈초리로 ‘우리도 열심히 먹는데 네가 감히 이걸 땅에 묻어?’ 라는 말과 함께
이등병에게 자신의 꼬꼬면을 하나씩 짬처리했다.
그는 살고싶지 않은 표정이 되었다.
그날 저녁, 정수기가 다시 살아났기 때문에, 다시 꼬꼬면을 끓여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일곱째 날,
우리는 닭국물 냄새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여덟째 날,
아니네.
닭국물 냄새에 토하는 새끼가 나왔다.
아홉째 날,
닭국물 냄새가 어째 가면 갈수록 진해진다.
마치 전까지는 그저 보행기에 타 있는 프리더였던 것처럼.
카카로트와 마주쳤는지 풀파워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
열쨋 날,
나는 수 천마리 닭과 함께 스틱스의 강을 떠돌고 있노라
열쨋날부터의 기억이 모호하다.
아마도 우리는 꼬꼬면을 부숴먹고 섞어먹고 지/랄/염/병을 하다가
어느 날 새벽 일~상병급 몇명이 조용히 야삽을 들고 나가
중대 뒷켠에 있는 언덕에 40봉지가량 남은 꼬꼬면을 묻어버렸을 것이다.
그 작업은 마치 우리 중대장을 살/해해서 암매장하는 것처럼 스릴있었으며 즐거웠고 보람찼다.
결국 꼬꼬면은 우리들 중 누구의 목숨도 빼앗지 못했지만,
나의 영혼에 흉터를 남기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 끔찍한 닭 국물냄새는 아직도 망각의 저편에 머물러있다가
어느 날 악몽에서 이따금씩 끔찍한 이경규의 모습을 하고 나를 괴롭힌다.
출처 : https://www.fmkorea.com/3401254009
전역 이후, 일정 단어나 사건의 발생으로 인해 국방색의 기억이 자극을 받아 표면위로 떠오른다.
군대 보급으로 꼬꼬면 1인당 10개씩 주면 생기는 일...ssul
그리고 방금 내 국방색 트라우마를 자극한 건 꼬꼬면이라는 단어였다.
참 놀랍고도 신기한 일이다.
인간의 뇌라는 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기에 개 족같던 기억들은 바로 방금 전 일처럼 남아서 기억나는지
지금 이걸 읽고 있는 사람이 꼬꼬면이라는 말을 들으면 하얀색 닭가슴살 향 국물이 연상될 지, 아니면 특이한 조리법을 생각해 낼 지는 모르겠다만,
나에게 꼬꼬면이라는 세글자와 바로 연관되어 떠오르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대대 사열대 앞에서 연설을 시작하던 우리 주임원사의 푸근한 미소다.
“아아, 자. 우리 장병 여러분아. 보급품 일부를 우리가 좀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바꿔야겠어.”
라는 말과 함께 주임원사는, 꼬꼬면 지옥의 시작을 엄숙하게 알렸다.
아마 그도 그 시점에서는 병사들의 환호를 받으며 즐거웠을 것이다.
보급품 일부가 꼬꼬면으로 바뀔 것이고, 꼬꼬면을 엄청나게 보급받게 될 것이라는 말에,
우리 대대 모든 병사들은 다가오는 끔찍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기뻐했으며,
주임원사의 훌륭한 판단력을 칭찬했다.
트럭으로 올라오는 꼬꼬면 박스의 끝없는 행렬은 보급계원의 가슴을 부풀게 했으리라.
아마 보급계원은 ‘애미 시벌 진짜 보급창고가 무슨 도라에몽 주머니인줄 아나’ 라는 말을 했었던 것 같지만 기억이란 미화되기 마련이니까.
병사들은 꼬꼬면이 언제 보급 나올지 손꼽아 기다리며 부푼 기대를 애써 감추고 훈련에 임했으리라.
분대장의 ‘애미 시벌 그냥 자/살할까? 아니 시발 진짜, 개말년 5월에 유격이 말이 되냐?’ 라는 말이 들렸었던 것 같지만 기억이란 미화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나는 대체 어떤 시점에서 일이 꼬인지는 모른다.
지금 시점에서도 보급체계에서 일련의 등신같은 콜라보레이션이 있었을 것이다. 수준의 막연한 예상뿐이다.
6개월 동안 우리는 우리가 6개월 전 보급창고로 옮긴 산더미와 같이 쌓인 꼬꼬면들을 단 한번도 보급받지 못했고,
유통기한 2주 남은 꼬꼬면들이 개인당 10개씩 돌아가게 되는 결과만이 남았다.
지금에서는 옆 중대가 GOP올라가면서 우리 중대에 짬처리한 꼬꼬면이 상당량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6개월 전 사열대에서 보았던 주임원사의 훌륭한 판단력은 그 순간, 이승만의 ‘서울은 안전합니다!’와 겹쳐지게 되었다.
보급관과 중대장은 말했다. 보급받은 꼬꼬면을 버리다 걸리면 어떻게 될 지 잘 생각하라고.
잘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 중대장은 ‘사병의 공은 자신의 몫’, ‘자신의 실수는 사병의 몫’인 전형적인 훌륭한 군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훌륭한 시발새기에게 걸렸다간 아주 주옥되리란 것은 자명했고,
안이 빵빵한 꼬꼬면이 중대 어딘가에 버려져 있는 게 걸렸다간 그날은 중대 전 인원 집합이 당연하기에
우리는 다 쳐먹는 것 외에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가 없었다.
여기서 하나의 환장할 사실이 있는데, 다른데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중대에서 끓인라면을 먹을수가 없었다.
뽀글이로 해 먹거나, 락앤락에 라면과 뜨거운 물을 넣고 그대로 행정반에 딱 하나뿐인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방식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나마 그 전자레인지도 오늘내일 하는 환자였다.
어떤 미친 말년이 일주일 전 뭔가를 안에서 폭발시킨 결과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환장할 사실이 있는데, 우리부대 정수기는 뜨거운 물이 나오긴 하는데…
라면 4개분 뜨거운 물을 쏟고 나면 1시간동안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갈수기(물이 부족한 시기)라 그런것도 있지만,
정수기 수리좀 하라고 시발 국방부 개새기들아 나 전역할때까지 안 바꿔줬어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꼬꼬면과 엮였다.
우리는 물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전자레인지가 언제 고장날 지 모르는 러시안 룰렛을 하는 상황에서,
유통기한 2주 남은 꼬꼬면을 개인당 10개씩 먹어치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보급 첫날 저녁에는 꼬꼬면의 그윽한 닭국물 향기가 전 중대를 가득 채웠다.
한동안 쓰지 않았던 정수기가 마지막 기운을 짜내어 첫 날을 버텨줬다.
중대 인원들 모두는 라면으로 풀린 속과 중대에 은은히 퍼지는 닭국물의 향기에 막연히 괜찮을거라는 생각을 하고있었을 것이다.
‘맛있는거 같은데 말임다. 충분히 다 먹을수 있지 않겠슴까?’ 라고 말하던 맞후임의 기억은 진짜다.
미화되지 않았다. 그 새끼는 토토중독자라 한치 앞을 못 봤거든.
둘쨋날, 정수기가 죽었다.
우리는 취사장으로 달려갔으나 다른 중대 인원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취사병들이 솥에 물을 끓여서 라인을 빨리 빼게 만들어 주었다.
고맙다고 생각했다.
락앤락 통을 돌릴 때 전자레인지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닭국물의 진하고 담백한 향기가 다시 중대 내에 퍼졌다.
셋쨋날, 전 소대 락앤락 통이 총 동원되어, 모든 소대가 라면파티를 했다.
취사병이 ‘그만 좀 오세요, 시발!’이라고 말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전자레인지가 ‘그만 좀 돌려!! 시발!!!’이라고 단말마를 내지른 것 같기도 하다.
닭국물의 진한 냄새가 중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넷쨋날, 닭국물 애미 시발 개좉같은 닭국물냄새
미친 시발새기들아 대체 이게 무슨 역한 냄새냐
넷쨋날부터 모두가 닭국물냄새에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만
아니 알 수가 있지 시발 주임원사 개새기 그 시발놈이 처음에 꼬꼬면을 가져오지만 않았어도 개 시발 놈아
모두가 광기와 분노에 가득 찼다.
다섯째 날,
‘이거 맛있다고 말한 새끼 나와’
나의 맞후임이 끌려나왔다.
소대 실세가 냉정한 눈빛으로 자신의 꼬꼬면을 부수고 스프가루를 뿌려 충분히 섞은 뒤 그에게 먹도록 시켰다.
그는 서글프게 뿌셔뿌셔처럼 변해버린 꼬꼬면을 삼켰다.
여섯째 날,
꼬꼬면을 땅에 묻던 옆 소대 이등병이 걸렸다.
광기에 사로잡힌 상,병장들은 분노가 가득한 눈초리로 ‘우리도 열심히 먹는데 네가 감히 이걸 땅에 묻어?’ 라는 말과 함께
이등병에게 자신의 꼬꼬면을 하나씩 짬처리했다.
그는 살고싶지 않은 표정이 되었다.
그날 저녁, 정수기가 다시 살아났기 때문에, 다시 꼬꼬면을 끓여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일곱째 날,
우리는 닭국물 냄새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여덟째 날,
아니네.
닭국물 냄새에 토하는 새끼가 나왔다.
아홉째 날,
닭국물 냄새가 어째 가면 갈수록 진해진다.
마치 전까지는 그저 보행기에 타 있는 프리더였던 것처럼.
카카로트와 마주쳤는지 풀파워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
열쨋 날,
나는 수 천마리 닭과 함께 스틱스의 강을 떠돌고 있노라
열쨋날부터의 기억이 모호하다.
아마도 우리는 꼬꼬면을 부숴먹고 섞어먹고 지/랄/염/병을 하다가
어느 날 새벽 일~상병급 몇명이 조용히 야삽을 들고 나가
중대 뒷켠에 있는 언덕에 40봉지가량 남은 꼬꼬면을 묻어버렸을 것이다.
그 작업은 마치 우리 중대장을 살/해해서 암매장하는 것처럼 스릴있었으며 즐거웠고 보람찼다.
결국 꼬꼬면은 우리들 중 누구의 목숨도 빼앗지 못했지만,
나의 영혼에 흉터를 남기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 끔찍한 닭 국물냄새는 아직도 망각의 저편에 머물러있다가
어느 날 악몽에서 이따금씩 끔찍한 이경규의 모습을 하고 나를 괴롭힌다.
출처 : https://www.fmkorea.com/3401254009